2020년 7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는 그레그 루카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수 세기 동안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은밀하게 활동해온 불멸의 전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판타지입니다. 샤를리즈 테론, 키키 레인, 마티아스 쇠에나에르츠, 마르완 켄자리 등이 출연했으며,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영화는 불멸성이라는 초자연적 설정과 총격·격투 액션을 결합해 장르적 매력을 극대화했고, 공개 직후 전 세계 7,2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하는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올드 가드>의 제작 비하인드, 불멸 전사들의 캐릭터 구축 과정, 액션 연출, 그리고 촬영 현장의 디테일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원작과 영화화 과정
원작자인 그레그 루카는 영화 각본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그는 “그래픽 노블에서는 한 컷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면이 영화에서는 몇 분의 장면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면서, 불멸 전사들의 내면과 관계성을 영화적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각본 작업에서 특히 주안점을 둔 것은 ‘불멸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정서적 피로와 고립감’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는 여성 액션 히어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습니다. 그는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안드로마케(앤디) 캐릭터를 단순히 강인한 전사로 그리지 않고, 수천 년의 삶 속에서 겪은 상실과 회한을 가진 인물로 그렸습니다.
액션 연출과 무기 디자인
<올드 가드>의 액션은 총격과 근접 격투, 그리고 시대별 무기 사용이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앤디의 시그니처 무기인 곡도(曲刀)는 고대 무기 전문가와 함께 디자인되어, 실존 무기의 구조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세부 장식을 추가했습니다. 다른 전사들의 무기도 각자의 출신 시대와 전투 스타일을 반영해 제작되었습니다.
액션 감독 대니 허넌데즈는 “불멸 전사들이 수세기 동안 전투를 겪어온 만큼, 그들의 전투 방식은 단순히 빠르고 강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노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액션 장면은 빠른 속도보다는 ‘한 방의 정확성’과 ‘상대의 무기를 역이용하는 기술’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로케이션 촬영과 시각 효과
촬영은 모로코, 영국, 그리고 다양한 유럽 도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모로코 사막 장면은 실제 사막 로케이션에서 촬영했으며, 도시 전투 장면은 프랑스 마르세유와 영국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시각 효과 팀은 불멸 전사들이 총상이나 칼에 찔린 후 상처가 회복되는 장면을 CG로 구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분장과 CG를 결합해 ‘살아있는 듯한’ 재생 장면을 만들었고, 관객이 시각적으로 불멸성을 실감하도록 했습니다.
배우들의 준비 과정
샤를리즈 테론은 액션 장면의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습니다. 그는 촬영 전 3개월 동안 무기 훈련, 근접 전투, 총기 사격 훈련을 받았으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액션을 소화했습니다. 키키 레인은 ‘나일’ 캐릭터를 위해 미군 전술 훈련을 받았고, 군사 작전에서 실제 사용하는 동작과 용어를 학습했습니다. 배우들은 서로 다른 전투 스타일을 완벽히 맞추기 위해 합동 리허설을 수십 차례 진행했으며, 촬영이 없는 날에도 액션 팀과 함께 개인 훈련을 이어갔습니다.
평단과 팬덤의 반응
<올드 가드>가 공개되었을 때, 평단은 이 작품이 단순히 넷플릭스의 액션 오락물 한 편을 넘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는 액션 장르에서 보기 드문 ‘지속성 있는 서사’를 가진다”며, 단순한 미션 수행과 전투 장면만으로 채워진 영화가 아니라, 불멸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성과 도덕성을 묻는 작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 연기에 대해 “물리적인 힘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가진 수백 년의 무게를 표정과 동작 속에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고 호평했습니다.
특히 여성 감독이 대규모 액션을 진두지휘했다는 사실은 많은 영화 전문 매체에서 주목했습니다. 감독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는 액션 장르에서 여성 연출자가 흔치 않다는 점을 의식하고, 여성 캐릭터의 강인함과 동시에 인간적인 취약함을 드러내는 연출을 택했습니다. 이 점이 평단에서 “캐릭터 중심 액션의 좋은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일부 비평가들은 영화 후반부의 액션 장면이 다소 전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의 총격전 구성이 이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자주 보아온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초반부터 구축한 캐릭터 간의 감정선과 팀워크 덕분에 클라이맥스가 감정적으로 설득력을 가졌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팬덤의 반응은 한층 더 열정적이었습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는 영화 속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가 밈(meme)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불멸 전사 부부 조와 니키의 관계는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의 로맨스’ 중 하나로 꼽히며, LGBTQ+ 대표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많은 팬들이 “액션 영화 속 로맨스가 전투력만큼이나 강렬하다”는 평을 남겼습니다.
또한, 앤디와 나일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 ‘전설과 신참’의 서사를 좋아하는 팬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관계를 중심으로 한 팬아트, 팬픽션, 영상 편집물이 유튜브와 팬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제작되었습니다. 일부 팬들은 영화 속 불멸 전사들의 과거를 배경으로 한 스핀오프를 요구하며, 각 캐릭터의 시대별 전투 기록과 개인사를 상상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팬덤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 사이에서도 <올드 가드>는 ‘넷플릭스에서 보기 드문 액션 퀄리티’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 과도한 CG 대신 실전 무술과 실제 무기를 활용한 리얼리즘이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많은 관객이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결의 성숙한 액션”이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제작 비하인드가 남긴 의미
<올드 가드>의 제작 비하인드는 넷플릭스와 글로벌 영화 산업 모두에 중요한 함의를 남겼습니다. 첫째, 세계관 기반의 액션 서사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불멸이라는 설정은 속편, 프리퀄, 스핀오프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영화는 쿠키 영상에서 새로운 불멸 전사의 등장을 암시하며, 팬덤이 속편을 기다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스트리밍 영화가 프랜차이즈화되는 데 필요한 ‘서사의 씨앗’을 효과적으로 심어둔 사례입니다.
둘째, 여성 주도 액션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은 액션 영화들은 이미 흥행 가능성이 증명되었지만,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서 공개 직후 7,200만 가구 이상 시청이라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극장 배급이 아닌 스트리밍 환경에서도 여성 중심 액션이 충분히 대중성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셋째, 다양성의 상업적 성공입니다. 영화는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을 가진 캐릭터를 주연급으로 배치했습니다. 조와 니키의 관계는 단순한 ‘대표성’에 그치지 않고, 서사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글로벌 관객들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음을 방증합니다. 제작진은 “다양성이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오래된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넷째, 실전 액션과 CG의 균형입니다. <올드 가드>는 불멸 전사들의 재생 장면이나 특정 장면에서 CG를 활용했지만, 전투 장면에서는 실전 무술과 스턴트 연기를 최대한 유지했습니다. 이 접근 방식은 액션 장르 팬덤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후속작뿐 아니라 다른 제작사에도 ‘CG 의존도를 줄이고 실제 액션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다섯째, 글로벌 로케이션 촬영의 장점을 입증했습니다. 모로코 사막, 유럽 도시, 영국 시골 등 다양한 실제 촬영지는 영화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불멸 전사’라는 설득력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배경을 멋지게 보이게 하는 차원을 넘어, 캐릭터의 역사성과 세계관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드 가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전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중·저예산 장르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이 작품은 블록버스터급 액션의 완성도를 스트리밍 환경에서 구현했습니다. 이는 넷플릭스가 이후 <익스트랙션>, <그레이 맨> 등 대형 액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흐름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종합하면, <올드 가드>는 ‘불멸’이라는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 중심 액션, 그리고 다양성 있는 캐스팅으로 상업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사례입니다. 이 영화가 남긴 영향력은 속편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작될 수많은 액션 영화와 스트리밍 플랫폼 전략에도 장기적으로 반영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