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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I 사회, 인간에게 필요한 자세(방향,공존,질문)

by For our FUTURE 2025. 8. 27.

한국 사회는 AI 기술의 도입과 확산 속도가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빠르다. 정부는 ‘초거대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전방위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 기업들은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며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교육, 의료, 금융, 제조, 콘텐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AI가 침투하고 있으며, 그 활용 방식도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창의성과 감성까지 모방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GPT 계열의 언어모델과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는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기대 수준에 있어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처럼 빠른 기술 도입은 사회 전반에 큰 긴장과 혼란도 동시에 가져왔다. 많은 이들이 ‘내 일자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닐까?’,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불안을 호소하며,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치열한 자기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 특유의 교육열, 경쟁 중심 문화, ‘빠르게 따라잡기’에 익숙한 산업 구조는 AI 기술 수용과 확산에 있어서도 독특한 양상을 만들어낸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동시에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성찰은 부족한, ‘속도 중심의 AI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하나?’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빠른 기술 사회 속에서 인간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즉 기술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방향을 잡는 사고의 프레임과 삶의 태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 어떤 관점과 목적을 가지고 기술과 함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형 AI 사회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구조와 긴장감 속에서, 우리가 어떤 인간적 자세를 갖추어야 이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주도할 수 있을지를 고찰해본다. ‘기술에 적응하는 자세’가 아닌, ‘기술을 넘어서 사고하는 자세’, ‘기술로부터 인간성을 회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빠른 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본질을 붙들고,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재정의하기 위한 인간 중심의 태도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때다.

한국형 AI 사회, 인간에게 필요한 자세
한국형 AI 사회, 인간에게 필요한 자세

속도보다 방향: 기술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한국 사회는 그동안 빠른 속도의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해왔다. 전쟁과 빈곤의 폐허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IT, 반도체, 제조업 등에서 글로벌 선도 국가가 된 이면에는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독특한 속도 문화가 존재한다. 이 속도 중심 문화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도입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게 생성형 AI를 수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그 적용 속도와 범위는 이미 상당히 깊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빠르기만 하면 과연 좋은가?”라는 것이다.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 자체는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술이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최신 기술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 급급한 사회는 기술의 노예가 되기 쉽고, 방향 없는 속도는 오히려 사회 전체를 지치게 만든다.

AI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떤 목적과 가치에 기반해 활용하느냐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에 AI 튜터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단지 성적 향상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는 기술의 한계에 갇히게 된다. 오히려 그 기술이 학생의 잠재력, 창의성, 자기주도성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사고 전환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과 조직의 전략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많은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앞다퉈 AI 기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AI가 된다’는 마케팅만 있을 뿐, 그것이 사용자의 경험을 어떻게 개선하는지, 사회에 어떤 긍정적 기여를 하는지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빠른 개발, 빠른 수익 창출에 초점이 맞춰진 결과, 오히려 기술 남용이나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 AI 사회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첫 번째 자세는 바로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태도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방향이 틀렸다면 결국 도착지는 파괴와 혼란일 수 있다. 인간은 기술의 속도를 통제할 수 없을지 몰라도, 그 기술을 어떤 기준과 철학에 따라 선택하고 활용할지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둘러싼 ‘왜?’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왜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이 기술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이 기술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가?”

이러한 질문을 조직과 사회가 꾸준히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논의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정책 결정자, 교육자, 기업 경영자, 콘텐츠 생산자 등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거나 확산시키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기술과 속도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인간 중심의 사고와 철학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이러한 태도는 단지 도덕적인 접근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사고다. 실제로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은 기술 도입에 앞서 철저한 윤리 검토, 사용자 경험 중심 설계, 지속가능성 기준에 대한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기술은 결국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이며,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인간의 필요와 가치를 중심에 둔 기술 활용이야말로 진정한 미래형 전략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에 이미 익숙하지만, 이제는 그 속도에 철학과 방향성을 더할 수 있는 사회로 성장해야 한다. 인간은 단지 기술을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존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속도 경쟁을 넘어, 가치와 본질에 집중하는 인간의 자세가 AI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이 될 것이다.

경쟁보다 공존: 한국형 조직 문화의 전환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경쟁을 미덕처럼 여겨온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교육 시스템에서부터 조직 문화, 채용과 인사 평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시스템이 “누가 더 앞서 있느냐”, **“누가 더 많은 성과를 냈느냐”**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경쟁 중심의 문화는 단기간에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빠른 추격과 모방, 효율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제 AI 기술의 전면 도입과 함께 그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AI 시대는 더 이상 ‘개인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외우고 빠르게 처리하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정보와 속도는 AI가 담당하고, 인간은 협력, 창의, 관계, 통합적 사고 같은 본질적인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개인의 성과 중심’, ‘다다익선’, ‘상대 비교’의 문화에 갇혀 있다. 이런 문화는 AI 기술과 결합될 경우, 인간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술에 의해 인간이 도태되고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인사평가 시스템이 도입된 어떤 조직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과 중심 평가’만 강조될 경우, 사람들은 동료와 협업하기보다는 혼자 돋보이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팀워크 약화, 조직 내 갈등, 학습 공유의 단절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이어지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 AI 시스템이 인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그 평가 기준과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인간의 가치관과 조직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AI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두 번째 자세는 **‘경쟁보다 공존을 지향하는 태도’**이다. AI는 경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사람 간의 연결과 협력이 단절된 조직에서는 그저 자동화된 평가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기술이 인간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면, 인간 역시 서로를 성장시키는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과도한 위계 구조, 폐쇄적인 팀 운영, 의견 개진에 대한 눈치 보기,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등은 AI 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이제는 다양한 직군, 연령, 배경,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 프로젝트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실패를 비난하기보다는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조직이 되어야 한다.

특히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술 중심의 결정’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챗봇을 통해 고객 응대를 자동화한다고 할 때, 단순히 응답 속도나 비용 절감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고객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충분한지, 오히려 고객이 더 소외되지 않는지는 아닌지를 검토해야 한다. 기술의 효율성 뒤에는 반드시 인간 중심의 신뢰 구조가 있어야만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공존을 위한 실천 전략으로는 무엇보다도 조직 내에서의 협력 인센티브 구조가 중요하다. 협력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실질적인 보상과 인정이 ‘개인 성과’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누구도 진심으로 협력하지 않는다. 반면, 팀 프로젝트의 결과, 지식 공유 활동, 조직 문화 개선 등의 비정량적 기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일하는 것’에 가치를 두게 된다.

또한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AI 시대의 리더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팀원들의 감정과 역량을 통합하고, 기술과 인간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가 공존의 가치를 실천할 때, 구성원도 자율성과 협업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는 조직 전체가 AI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인간성과 성과를 함께 성장시켜 나가는 구조를 만드는 핵심 열쇠가 된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한국 사회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혼자 잘하는 사람’ 중심 구조에서 ‘함께 잘하는 사람’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변화는 기술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태도와 문화로 주도해야 한다. 우리는 AI 기술을 통해 인간의 노동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히려 인간 간의 협력과 공존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사람을 위한 구조가 더 절실한 시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답보다 질문: 한국 사회에 필요한 성찰의 힘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정답 문화’에 익숙한 교육과 시스템 속에서 성장해왔다. 정해진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푸느냐, 주어진 기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곧 우수함의 척도로 작용해왔고, 이는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공무원 시험, 입사 평가, 승진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AI가 정답을 누구보다 빨리, 더 많이, 더 정교하게 생성해내는 시대가 되면서, 이런 ‘정답 중심 사고’는 인간의 차별성을 오히려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AI는 이미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빠르게 연산하며, 정확한 정보와 정답을 출력하는 데 있어 인간을 능가하고 있다. GPT 기반의 언어모델은 복잡한 질문에 유창하게 답변할 수 있고, 의료 AI는 방대한 판독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학적 진단을 내리며, 금융 AI는 정밀한 패턴 분석을 통해 투자 전략을 세운다. 이런 시대에 인간이 여전히 ‘정답을 아는 것’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그리고 그 질문의 맥락과 본질을 이해하는 힘이다.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다. 좋은 질문은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고의 방향을 틀며,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세계적 혁신 기업이나 교육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역량 중 하나가 ‘질문을 던지는 힘’, 즉 비판적 사고와 자기 성찰의 능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질문보다 정답을 중시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학교에서는 질문보다 암기가 우선시되고, 조직에서는 질문보다 지시에 순응하는 태도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며, 사회 전반에서도 문제 제기를 ‘불편한 존재’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러한 문화는 AI 시대에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는 오류 없는 판단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해 그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정답’을 예측하는 도구일 뿐이다. 즉, AI의 판단도 인간이 던진 질문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질문이 모호하거나 편향되면, AI의 출력 역시 그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 기술이 널리 활용되는 사회일수록 인간은 더 정교하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고와 자기 성찰의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기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이제는 ‘빠른 답 찾기’에서 벗어나 ‘깊은 질문 던지기’로 사고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교육방식만의 변화가 아니다. 조직 문화, 정책 설계, 기술 개발, 고객 응대, 콘텐츠 제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어야 할 근본적 태도 변화다. 예를 들어, 정책을 수립할 때 “이 정책이 효과적인가?”라는 질문보다 “이 정책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 결정 뒤에 숨겨진 전제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이 더 많이 던져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첫걸음은 자기 사고를 객관화하고, 자신의 사고 구조를 의심하는 훈련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묻는가? 얼마나 자주 다른 사람의 관점을 진심으로 고려하는가? 질문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선 단지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 안의 틀을 깨는 용기와 타인의 사고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질문 중심 학습법’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플립러닝,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하브루타와 같은 방식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 역시 직원들에게 정답만을 요구하는 KPI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능력’, ‘고객 입장에서 질문을 전환하는 능력’ 등을 인재상의 기준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왜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정답은 AI가 줄 수 있어도, 질문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질문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며, 그것이 바로 한국형 AI 사회가 진정한 기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정답을 외우는 사회’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가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기술은 비로소 인간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고, 우리는 기술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질문은 곧 사유이고, 사유는 곧 인간의 고유성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결론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AI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도입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며, 어떤 인간적 철학을 갖고 대응하느냐는 문제다. AI가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이 시점에서, 인간은 단순한 수용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술을 통제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핵심 자세—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가치 중심 태도, 경쟁보다 공존을 추구하는 협력 중심 사고, 정답보다 질문을 던지는 성찰 중심 자세—는 한국형 AI 사회에서 인간이 기술에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들이다.

첫째,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확산시키는 데 강점을 가져왔지만, 그것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때로는 방향 없는 속도, 목적 없는 효율성이 오히려 인간성을 침해하고 사회적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제는 ‘빠르다’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 ‘왜 빠르게 가고 있는가’를 묻는 철학적 태도가 요구되는 시대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의 사용 목적과 방향은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둘째, 경쟁보다 공존이 중요하다. AI는 인간 개개인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면 조직 내 신뢰는 무너지고, 협업은 단절되며, 장기적인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한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인간 간의 협력, 소통, 감정 연결이 더욱 중요해진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 잘하는 문화’에서 ‘같이 성장하는 문화’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공존의 자세는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와 기술의 핵심 전략이다.

셋째, 정답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AI는 정답을 잘 찾아준다. 그러나 그 정답이 유의미하려면, 인간이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 아니라, 사유와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정답을 찾는 데는 강했지만, 질문을 던지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교육 현장, 조직 내 토론, 사회적 담론 전반에서 질문을 환영하고, 질문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자세는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태도들이 결국에는 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근본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도, 그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목적과 환경,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AI 윤리 문제, 정보 불균형, 편향된 데이터와 판단 오류 등은 모두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 중심의 문제들이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얼마나 ‘잘’ 쓰는가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할 것인가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가 결정적이다.

한국은 빠른 학습, 집단 집중력, 디지털 적응력 등 AI 시대에 매우 유리한 자산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력은 속도보다 방향에서, 효율보다 인간다움에서, 지식보다 사유에서 나와야 한다. 이제는 기술에 휘둘리는 사회가 아닌, 기술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의 진보에 압도당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갈 것인가. 그 선택은 사회가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