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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 트위터의 철학가 (트위터, 블루스카이, 스타트업)

by For our FUTURE 2025. 9. 25.

잭 도시는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기술 혁신가라기보다는 사상가에 가깝고, 기업가이면서도 철학적인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비즈니스에 그것을 반영해 왔다. 트위터(Twitter)를 공동 창업한 그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고, 이는 플랫폼 설계 전반에 반영되었다. 또한, 탈중앙화와 자유로운 정보 흐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이후 블루스카이(Bluesky)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잭 도시의 경력은 단순히 트위터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는 스퀘어(Square, 현재 블록(Block))를 통해 핀테크 영역에서도 혁신을 일으켰고, 기술 창업자이자 투자자, 디자이너, 사상가로서 다층적인 활동을 해왔다. 특히 트위터의 창립 초기부터 그의 경영 스타일은 전형적인 스타트업 CEO와 달랐다. 그는 최대한 간결하고, 기술보다는 의사소통의 방식 자체에 집중하며 트위터를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트위터는 그 자체로도 21세기 초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이었다. 140자에서 시작된 짧은 메시지는, 빠르게 의견을 나누고 실시간으로 세상을 반영하는 플랫폼의 본질을 만들어냈다. 이는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 트위터는 혁명과 시위, 선거와 긴급 뉴스 등에서 ‘즉시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 잭 도시는 이러한 가능성과 위험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했고, 기술 설계자라기보다 사회적 플랫폼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상가로 자신을 정의해 갔다.

최근에는 트위터의 소유권이 일론 머스크로 넘어가면서, 도시가 추구했던 가치들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가 새롭게 주도하는 프로젝트 블루스카이는 중앙집중화된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이며, 이는 단순한 SNS의 개념을 뛰어넘어 정보의 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는 철학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1. 트위터의 창립과 잭 도시의 미니멀리즘적 접근 방식,
  2. 스타트업 CEO로서의 리더십과 스퀘어에서의 실험,
  3. 블루스카이를 통해 드러난 탈중앙화 철학

을 중심으로, 기술 너머의 가치와 구조를 고민한 창업자 잭 도시의 궤적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한다.

잭 도시
잭 도시

트위터, 140자의 혁명과 설계자 잭 도시

트위터는 2006년 잭 도시, 비즈 스톤, 에번 윌리엄스 등의 공동 창업자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은 단연 잭 도시였다. 그가 구상한 것은 단순한 메시징 서비스가 아니었다. 그는 "즉시적이고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에 천착했고, 이를 통해 기존 소셜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트위터(Twitter)'였으며, 140자로 제한된 단문은 사용자가 더 명확하고 집중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도구였다.

트위터의 핵심은 ‘제약을 통한 창조’였다. 140 자라는 글자 수 제한은 처음에는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되었지만, 잭 도시는 이 제약을 하나의 창의적 필터로 전환했다. 사용자는 길게 늘어지는 설명이나 감정을 줄이고, 핵심을 압축해 표현해야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냈고, 짧은 단문 하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는 트위터를 일방향 소통의 도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자 간의 실시간 피드백, 반복적인 리트윗, 멘션(@) 등을 통해 대화 구조 자체가 재구성되는 플랫폼으로 설계하고자 했다. 실제로 트위터는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서 ‘논의의 장’, ‘의견 충돌의 장’으로 작용하게 되며, 전통 미디어와 정치, 사회운동 등 각 분야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아랍의 봄이나 미국의 대선,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 등에서 트위터는 실시간 정보 공유의 중심이 되었으며, 기존 언론 매체보다 빠르게 뉴스를 전달하고 상황을 확산시키는 도구로 기능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의 흐름을 재설계한 사회적 인프라로 트위터가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잭 도시는 기술 창업자이자 동시에 정보의 윤리와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가는 사상가로 부각되었다.

잭 도시가 트위터를 설계하면서 보여준 특징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적 접근이었다. 그는 인터페이스를 단순하게 유지하는 데 집착했고, 복잡한 기능보다는 사용자의 즉각적인 반응과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에 집중했다. 디자인 철학에 가까운 이 접근은 트위터를 여타 플랫폼과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그는 말한다. “완벽함은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트위터의 구조는 이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잭 도시는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했다. 그는 자유로운 표현을 허용하면서도, 플랫폼이 혐오, 허위 정보, 폭력적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해왔다. 실제로 트위터는 여러 차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이슈에 휘말렸고, 도시 역시 CEO로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트위터라는 플랫폼이 스스로 어떤 기준과 윤리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했다.

트위터는 시간이 지나며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 하나의 정치적, 문화적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유명 정치인의 트윗이 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하고, 평범한 사용자의 글이 전 세계적인 담론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 모든 흐름의 기반에는, "누구나 동등하게 목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도시의 신념이 있었다. 그는 기술이 권력을 분산시키고, 더 나은 논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트위터의 구조가 가진 취약점도 인식하고 있었다. 짧은 글은 때로 오해를 낳고, 감정의 과잉을 불러일으켰으며, 극단적 의사 표현이 알고리즘을 통해 증폭되는 구조적 문제도 발생했다. 도시가 수차례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한 배경에는, 트위터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내적 갈등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트위터는 단순한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넘어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문법을 만든 공간이다. 그리고 그 문법의 설계자, 잭 도시는 끊임없이 ‘기술은 어떻게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는 기술의 가능성과 그 한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플랫폼이 가져야 할 윤리적 기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을 통해, 창업자 그 이상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스타트업 리더로서의 잭 도시, 스퀘어의 실험

잭 도시는 트위터라는 상징적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든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진면목은 두 번째 창업인 스퀘어(Square)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트위터가 "말하는 방식"에 관한 플랫폼이었다면, 스퀘어는 "거래의 방식"을 혁신하려는 시도였다. 기술을 통해 정보뿐 아니라 경제 활동 자체를 더 투명하고 민주화된 구조로 만들겠다는 철학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스퀘어는 2009년, 잭 도시가 짐 맥켈비(Jim McKelvey)와 함께 공동 창업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이다. 발상의 시작은 단순했다. 소규모 판매자나 자영업자가 신용카드 결제를 쉽게 받을 수 없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대형 리테일러와 달리 작은 상점이나 프리랜서는 복잡한 단말기 설치나 비싼 수수료 문제 때문에 카드 결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고객 접점의 축소로 이어졌다.

잭 도시는 이 문제를 기술로 풀고자 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에 작은 카드 리더기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게 만든 Square Reader는 간단하면서도 파괴적인 솔루션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결제 단말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시장은 급속도로 반응했다. 이를 통해 도시와 스퀘어는 ‘결제의 민주화’를 실현했고, 이는 핀테크라는 산업 카테고리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스퀘어의 도전은 단순한 하드웨어 제공에 그치지 않았다. 잭 도시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전략을 펼쳤다. Square POS(Point of Sale)는 판매 관리, 재고 파악, 세금 계산, 인보이스 발송까지 가능한 올인원 솔루션으로 확장되었고, 이후에는 Square Capital이라는 이름의 대출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이 모든 과정은 "은행 없이도 은행처럼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도시의 비전은 명확했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 즉 신용점수가 부족하거나, 자산이 적은 소규모 상공인들이 기술을 통해 경제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이는 단지 수익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줄 수 있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였다. 그가 트위터에서 고민하던 ‘정보의 접근성’을, 스퀘어에서는 ‘금융의 접근성’으로 바꿔 고민했다고 볼 수 있다.

스퀘어는 이후 ‘블록(Block)’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단순한 결제 솔루션 회사를 넘어 다양한 금융 기술 기업들을 포괄하는 핀테크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결제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스퀘어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공하는 구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잭 도시는 여기에서도 기술과 철학의 결합을 추구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등 분산형 금융 시스템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기존 금융권의 중앙집중적인 구조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실제로 스퀘어는 비트코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를 통해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이후 그가 블루스카이로 이어지는 탈중앙화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잭 도시는 스타트업 리더로서 전형적인 카리스마형 CEO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공개적으로 요가와 명상, 절제된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회의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손으로 메모를 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또한 스퀘어 내부에서도 수직적 의사결정보다는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이 강조되는 조직문화를 설계했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스타트업 운영방식을 넘어서, 회사의 제품 철학과 사회적 비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스퀘어의 실험은 잭 도시가 가진 철학적 지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기술이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존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를 말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과 조직 운영에 반영해 나갔다. 그가 동시에 두 개의 유니콘 기업을 이끌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구조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철학적 일관성과 실행력의 결합에 있었다.

블루스카이와 잭 도시의 탈중앙화 실험

잭 도시가 트위터에서 보여준 플랫폼 설계 철학은 ‘접근성’과 ‘간결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플랫폼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과 구조적 권력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트위터는 사용자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었지만, 동시에 플랫폼 자체가 ‘어떻게 말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통제자가 되기도 했다. 알고리즘, 검열, 계정 정지, 콘텐츠 노출 순위 등 플랫폼 운영자의 결정은 곧 사회적 담론의 흐름을 좌우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중앙집중화된 구조에 대해 잭 도시는 점점 더 비판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블루스카이(Bluesky) 프로젝트였다.

블루스카이는 트위터가 2019년 잭 도시의 주도 하에 출범한 연구 프로젝트로, 목표는 명확했다. “트위터를 포함한 모든 소셜미디어가 사용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단지 새로운 SNS 앱을 만들자는 수준을 넘어서, 플랫폼의 기본 작동 원리와 권력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였다. 잭 도시는 이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특정 기업의 손에 좌우되지 않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블루스카이는 이후 트위터와 독립된 조직으로 분리되었고, AT 프로토콜(Authenticated Transfer Protocol)이라는 탈중앙화 기반 기술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오픈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이 프로토콜은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이 아닌 여러 서비스 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는 기존 SNS가 가졌던 '사용자 데이터 독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방향이다. 즉, 사용자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선택받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잭 도시가 이처럼 탈중앙화에 집착하는 데에는 철학적 이유가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오픈소스와 분산형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왔으며, 특히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왔다. 그는 기술이 가진 가장 큰 잠재력은 ‘중개자 없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이는 SNS를 포함한 모든 네트워크 서비스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블루스카이는 그러한 철학을 실제 구현하는 하나의 실험장이자, 기존 소셜미디어의 권력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블루스카이는 트위터와 달리 중앙에서 콘텐츠를 규제하지 않으며, 사용자와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운영 원칙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모더레이션 레이어'를 분리하고, 신뢰 네트워크를 개별 커뮤니티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 위에 군림하는 기존 구조에서, 플랫폼과 사용자가 수평적 관계를 맺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러나 블루스카이는 단순한 이상주의적 실험만은 아니다. 실제로 트위터가 머스크에게 인수되며 중앙집중적 운영이 심화되고, 계정 정책이나 콘텐츠 노출 방식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블루스카이는 그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저널리스트, 학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블루스카이의 구조적 장점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으며, 점차 사용자층도 확대되고 있다. 여전히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이지만, 플랫폼의 작동 원리에 철학을 심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잭 도시에게 블루스카이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지난 20여 년간 트위터, 스퀘어, 그리고 다양한 기술 실험을 통해 체득한 통찰과 반성의 산물이다. 그는 기술이 처음에는 해방적일 수 있지만, 구조가 고착되면 곧 권력이 되고, 권력은 다시 사용자를 억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그를 더 이상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플랫폼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개념적 건축가’로 변화시켰다.

블루스카이는 아직 완성된 플랫폼이 아니다. 사용자 수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미미하고, 기능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제시하고자 하는 구조와 철학은 기술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발언할 수 있고, 누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으며, 데이터와 정체성은 누구의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잭 도시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기술이 반드시 중앙 집중적인 대기업의 소유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다양한 개별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기술은 그 흐름을 지원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블루스카이는 그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장이며, 동시에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경험한 SNS의 부작용에 대한 반성적 응답이기도 하다.

결론 

잭 도시는 전형적인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는 수익성이나 시장 점유율보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 큰 관심을 두었고, 트위터, 스퀘어, 블루스카이로 이어지는 행보를 통해 그 철학을 실천해 왔다. 그가 만든 제품들은 단순히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사례가 아니라, 우리가 말하고, 거래하고, 연결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였다.

트위터는 간결함 속에서 정보의 흐름을 재정의했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플랫폼이 가지는 통제력과 책임,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잭 도시는 이 숙제를 피하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블루스카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탈중앙화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 과정은 기술의 진화뿐 아니라 가치와 구조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다.

스퀘어는 그에게 또 다른 실험장이었다. 잭 도시는 이곳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인프라를 재설계하며, 기술을 통해 누구나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술 민주화’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실천이었다. 그는 기술을 사용하는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결국, 잭 도시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가치는 ‘접근성’, ‘분산화’, ‘자율성’이다. 기술이 누군가의 권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선택권과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여야 한다는 철학은 그의 모든 프로젝트에 스며들어 있다. 그는 한 번도 세상을 거창하게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제품들은 조용하게 우리의 일상 속 깊은 구조를 바꾸어놓았다.

현재 블루스카이는 여전히 개발 중이며, 기술적 완성도나 대중적 확산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 기반에 놓인 철학은 단단하다.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세상을 장악해 가는 지금, 잭 도시의 실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어떤 구조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가? 표현의 자유는 누구의 통제 아래에 있으며, 데이터와 정체성은 누구의 소유인가?

이러한 질문은 단지 기술 창업자에게만 던져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이자 시민인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물음이다. 우리는 어떤 플랫폼을 선택하고, 어떤 구조에 머물며,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가를 스스로 자문할 필요가 있다. 잭 도시가 블루스카이에서 보여주듯,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선택한 설계 구조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영향을 가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또 사라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단지 ‘편리함’만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 기술이 구현하는 가치와 구조를 함께 고민할 것인가? 잭 도시의 여정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며, 앞으로 우리가 기술과 함께 살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