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여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예상과 다른 순간을 마주하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됩니다. 이 글은 여행 중 실수했던 경험들—길을 잘못 든 순간, 예약을 놓친 하루, 말이 통하지 않았던 상황들—을 통해 얻은 작지만 깊은 통찰들을 서술형으로 풀어냅니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실수가 있었기에 여행은 더 선명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늘 마음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떠납니다. 그 그림은 때론 엽서 속 풍경처럼 완벽하고, 때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하며 구성됩니다. 하지만 현실의 여행은 종종 그런 기대와는 다른 궤도로 흘러갑니다. 지도에 표시한 길을 놓치기도 하고, 예약한 숙소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생각지도 못한 비바람이나 언어의 장벽이 우리의 여정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순간은 처음에는 당혹감과 짜증으로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난 뒤 떠올려보면 오히려 가장 또렷하게 남는 기억이 되어 있곤 합니다. 나는 여행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는 완벽주의적이었던 내가, 낯선 도시에서는 버스를 놓쳐도 웃으며 다음 대안을 고민하게 되고, 주문했던 음식이 전혀 다른 요리로 나와도 그냥 새로운 맛이라 생각하며 즐기게 됩니다. 이런 태도 변화는 단순한 여행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실수는 언제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 우리는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종종 여행이라는 비일상의 시간 속에서 훨씬 깊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어떤 길을 잘못 들어 새로운 풍경을 만났을 때, 잘못 예약한 숙소에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었을 때,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입체적인 인간이 되어 갑니다. 여행 중의 작은 실수들은 우리로 하여금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그 과정은 당혹스러우면서도 흥미롭고,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결국 따뜻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실수와 그로 인한 배움을 나누며, 누군가의 다음 여행에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자 합니다.
예상 밖의 순간이 준 뜻밖의 배움
첫 번째 실수는 일본 교토에서였다. 열차 시간표를 잘못 확인해 원하는 신사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 근처에 있던 작은 정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은 관광객 하나 없는 조용한 마을 안에 숨겨진 정원이었다. 물 흐르듯 조용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대나무의 바람소리는 내가 그날 처음 기대했던 ‘유명한 절’보다 훨씬 더 나를 깊이 사색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여행 중 일정을 잃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실수는 이탈리아에서의 숙소 예약 문제였다. 분명 예약을 완료했는데 도착해보니 시스템 오류로 방이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짐을 들고 당황한 채 거리를 헤맸고, 그 과정에서 현지 청년이 길을 안내해주고,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자신도 며칠 전에 같은 실수를 겪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때 느꼈다. 여행에서의 실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또 다른 경험은 언어 장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길을 물으려던 중, 잘못된 발음으로 전혀 다른 장소를 말하게 되었다. 현지인 한 분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다 이내 웃으며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지도를 열어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었다. 이후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섞으며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이런 경험들은 내가 계획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로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풍부한 기억이 되었고, 여행의 진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실수는 반드시 정정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정을 포착할 줄 아는 연습이 필요한 대상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실수들은 나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드러냈다. 나는 낯선 환경에서 어떤 반응을 하는지, 실수 앞에서 유연한지 아니면 고집을 부리는지,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데 얼마나 개방적인지를 알게 되었다. 실수가 없었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을 나 자신이었다.
모든 실수는 결국 이야기가 되었다
여행은 완벽할 수 없다.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변수는 언제나 발생한다. 그리고 그 변수 속에 실수가 자란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시간이 흐른 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그 실수의 순간이라는 점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들어선 골목, 실수로 예약한 잘못된 숙소, 말이 통하지 않아 몸짓으로 소통했던 경험. 이 모든 것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남는다는 사실은, 여행이라는 행위의 본질이 ‘통제’가 아니라 ‘경험’에 있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는 완벽한 여정을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여정 속에서 잠시 흔들렸던 순간, 당황하고 실수했던 그 자리에 머물렀던 감정을 오래 간직한다. 실수가 우리의 여행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그 기억 속 감정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나는 그 모든 실수 덕분에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진짜 단면을 마주하는 과정임을 배웠다. 이제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모든 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오히려 조금의 여유를 남겨 두고, 그 여백 속에 실수도, 뜻밖의 만남도, 예기치 못한 감정도 들어설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둔다. 그것이 진짜 여행이기 때문이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시라. 그것은 당신이 여행 중 ‘살아있었다’는 증거다. 그 순간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로 전해지고, 글로 남겨지고, 기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누군가의 실수에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요, 나도 그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