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번 스피겔(Evan Spiegel)은 1990년생으로,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젊은 억만장자 CEO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히 젊다는 이유로 주목받은 인물은 아니다. 그가 공동 창업한 스냅챗(Snapchat)은 Z세대에게 있어 기존의 소셜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문화와 문법을 제시한 플랫폼이며, 스피겔은 그 변화의 중심에서 기획자이자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의 소셜 플랫폼이 영속적 콘텐츠 기록을 지향한 것과 달리, 스냅챗은 즉시성, 사라짐, 프라이버시를 핵심 가치를 내세웠다.
스피겔은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표현하는 방식이 점점 더 정형화되고, 감시당하며, 이미지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는 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친밀한 관계 중심의 디지털 경험을 지향했다. 스냅챗은 그 철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고, Z세대는 이 새로운 방식에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친구에게만 보여주는 셀카, 사라지는 메시지, 리얼타임 필터, AR 기술의 실험적 도입 등은 모두 기존 소셜미디어의 틀을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소통을 만들어냈다.
스냅챗의 성공은 단지 기술적 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에번 스피겔이 세대적 감수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젊은 세대가 진짜 원하는 ‘소셜 경험’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관찰한 결과였다. 또한 그는 창업 초기부터 스냅챗을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로 만들고자 했고,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개인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왜곡하는 도구가 아닌, 가볍고 즐거운 놀이의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본 글에서는
- 스냅챗이 어떻게 기존 SNS 문법을 파괴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든 플랫폼이 되었는지,
- 에번 스피겔이 어떤 방식으로 Z세대를 이해하고 리드해 왔는지,
- 스냅의 비즈니스 전략과 소셜미디어의 미래를 어떻게 재해석하고 있는지
를 중심으로, Z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에번 스피겔의 철학과 실천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사라지는 메시지의 철학, 스냅챗의 탄생과 반란
스냅챗(Snapchat)은 201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에번 스피겔(Evan Spiegel), 바비 머피(Bobby Murphy), 레지 브라운(Reggie Brown)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 소셜미디어의 주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였으며, 모두가 "자신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상은 타임라인에 저장되고, 게시물은 누적되어 정체성을 구성하는 정보가 되었으며, '좋아요'와 댓글은 사용자 간 사회적 신호이자 경쟁의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감시와 비교, 피로감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스냅챗은 이 정체된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첫 번째 플랫폼이었다.
스냅챗의 가장 혁신적인 기능은 '자동으로 사라지는 메시지'였다. 보낸 사진이나 동영상은 상대방이 한 번 열람하면 몇 초 만에 사라진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분석하고, 이력을 쌓는 방식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번 스피겔은 '기억되는 것이 아닌, 공유되는 순간 자체'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는 디지털 공간에서도 인간의 대화처럼, 즉흥적이고 가벼운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당시의 기술 문화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스피겔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지나치게 꾸미고, 정제하며, 검열된 이미지만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디지털 자아의 피로’라 표현하며, 인간 본연의 감정과 표현이 드러나는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스냅챗은 사라짐이라는 개념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치로 도입한 것이다.
이 기능은 예상 밖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비평가들은 사라지는 메시지가 익명성과 책임 회피를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이 플랫폼이 청소년의 부적절한 콘텐츠 공유를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반응은 달랐다.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사용자들은 스냅챗이 제공하는 비공식적이고 진짜 같은 소통 방식에 깊이 공감했다. 친구와 가볍게 주고받는 셀카, 웃긴 표정, 텍스트 낙서, 일시적 감정 표현 등은 다른 플랫폼에서는 보기 어려운 솔직한 순간들이었다.
스냅챗은 이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플랫폼으로 진화해 갔다. 스토리(Stories) 기능은 사용자가 하루 동안의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이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서 대대적으로 모방될 만큼 영향력이 컸다. AR 필터, 렌즈 효과, Bitmoji(비트모지) 등의 기능도 모두 사용자의 개성을 즉흥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특히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의 설계에서, 스냅챗은 직관성과 놀이성을 결합하며 Z세대의 감각에 완벽히 부합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에번 스피겔은 이러한 기능들을 단지 기술적 혁신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늘 "우리는 사람들의 관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플랫폼을 설계했다. 스냅챗은 처음부터 ‘공공의 공간’이 아닌, ‘친밀한 관계’를 위한 비공개 소통을 지향했으며, 이는 정보의 확산보다는 공유의 순간에 가치를 두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구조는 점점 더 공개적이고 경쟁적인 SNS 환경 속에서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스냅챗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또한, 스냅챗은 플랫폼 자체를 ‘기억의 저장소’가 아닌 ‘경험의 흐름’으로 정의했다. 인스타그램이 정제된 이미지를 통해 이상화된 삶을 보여준다면, 스냅챗은 그 반대였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 다소 어설픈 셀카, 농담 섞인 낙서 등, 진짜 삶의 조각들이 필터 없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이 점이 Z세대에게 특히 강하게 어필했다. SNS가 자신을 과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 되기를 바랐던 세대에게, 스냅챗은 심리적 안식처이자 정서적 연결의 통로가 된 것이다.
스냅챗의 초기 성공은 전통적인 기업 가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용자 수나 매출보다도, 문화적 파급력이 먼저 인정받았고, 이는 플랫폼이 단지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소셜 행동 양식’을 제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에번 스피겔은 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트렌드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철학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
에번 스피겔, Z세대를 이해한 창업자
에번 스피겔은 단순히 기술적 역량이 뛰어난 창업자가 아니었다. 그는 시대의 흐름, 특히 Z세대의 정서와 감각을 정확히 읽어낸 관찰자였고, 이를 비즈니스 전략과 제품 설계에 녹여낼 수 있는 감각적인 기획자이자 문화 해석자였다. 스냅챗이 성공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단지 “새로운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Z세대가 원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감성을 완벽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더 자연스럽게 기술을 활용하며,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은 ‘공개적이고 장기적인 아카이빙’보다는, 일시적이며 감정 중심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이는 에번 스피겔이 스냅챗의 철학으로 삼은 ‘즉시성’과 ‘사라짐’이라는 키워드와 정확히 맞물린다.
에번 스피겔은 Z세대를 단순한 소비자의 집단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이들을 디지털 환경 안에서 가장 창의적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문화 생산자로 인식했고, 스냅챗을 그들이 자신의 방식대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스냅챗은 처음부터 과도한 기능 설명 없이 직관적인 UI를 제공했고, 사용자 스스로 기능을 탐색하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이런 자율성은 Z세대가 추구하는 ‘자기 주도적 경험’과 맞닿아 있었고, 사용자는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냅챗을 활용해 나갔다.
또한 스냅챗은 감정적 연결을 매우 중시했다. 페이스북이 ‘관계’ 중심의 플랫폼이라면, 스냅챗은 ‘감정’ 중심의 플랫폼이었다. 단순히 친구 목록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고, 반응하며, 감정을 교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Snap Streaks’와 같은 기능으로 구현되었는데, 친구와 연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불이 켜지는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정서적 지속성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스냅챗은 ‘기술’보다 ‘감정’을 먼저 설계한 플랫폼이었다. 이는 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정서적으로 더 섬세하고,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개성을 추구하는 복합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스피겔은 이들의 이런 복합성을 이해했고, 스냅챗은 그 복잡한 정서를 가볍고 유희적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스냅챗이 광고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때도, 스피겔은 Z세대의 시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는 “우리의 사용자는 광고가 강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콘텐츠와 광고의 경계를 최소화하고,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 구조를 설계했다. 스냅챗의 Discover 기능은 기존 미디어 콘텐츠를 짧고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Z세대가 자연스럽게 소비할 수 있도록 했으며, 광고 역시 이 흐름 안에 부드럽게 녹아들게 설계되었다. 이는 광고 자체를 콘텐츠처럼 경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Z세대의 광고 피로도를 낮추고 브랜드와의 긍정적 관계를 유도했다.
뿐만 아니라 스냅챗은 다양성과 포용성 측면에서도 Z세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해 왔다. 필터와 이모티콘, 비트모지 등의 도구는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는 플랫폼 전체가 보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는 스피겔이 스냅챗을 단지 ‘메시징 앱’이 아닌, ‘디지털 아이덴티티의 확장 도구’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스피겔은 교육, 예술, 사회적 책임과 같은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스냅 재단을 통해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장학금 지원, 미술 교육, 사회 정의 프로젝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는 그가 단순히 기업가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책임감을 갖고 있는 창업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Z세대는 브랜드의 윤리와 태도를 중시하는 세대로, 이러한 활동은 스냅챗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번 스피겔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사고방식을 보여주었다. 그는 Z세대를 ‘관리’ 해야 할 타깃이 아니라, ‘이해’하고 ‘동행’ 해야 할 동반자로 보았고, 이 점에서 기존의 실리콘밸리식 리더십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취해왔다. 그 결과 스냅챗은 단순한 SNS를 넘어서, 세대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스냅의 진화와 소셜미디어의 미래
스냅챗은 초창기에는 '사라지는 메시지 앱'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인식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체성과 기술적 방향성은 급격히 진화해 왔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에번 스피겔은 스냅챗을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닌 ‘비주얼 퍼스트’ 플랫폼, 그리고 AR 중심의 미래 기술 실험장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그리고 이미지에서 경험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전략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AR(증강현실)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스냅챗은 ‘렌즈(Lenses)’ 기능을 통해 얼굴을 인식하고 다양한 필터를 적용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대중화했다. 이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사용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감정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 AR 필터는 친구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감정적 연결 도구가 되었고, 기업과의 협업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새로운 장으로 활용되었다. 스냅은 이러한 기술을 단순 기능이 아닌, 소셜 경험의 일부로 통합해 낸 몇 안 되는 플랫폼 중 하나였다.
스냅은 이후 AR 글래스인 ‘Spectacles’를 출시하며 하드웨어 영역으로까지 진출했다. 비록 초기 제품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에번 스피겔은 장기적인 비전으로서 AR 기반의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 이후의 디지털 경험을 대체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눈과 손,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는 물리적 경험과 디지털 세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 미래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보았고, 이는 스냅이 페이스북이나 틱톡과 구분되는 가장 큰 전략적 차별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냅은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Discover 탭을 통해 뉴스,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형식의 숏폼 콘텐츠를 제공했고, 이는 Z세대의 소비 습관에 맞춘 짧고 몰입감 있는 형식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NBC, ESPN, Vice 등 전통 미디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뢰도 있는 정보와 대중 콘텐츠를 모두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지 사용자 수를 늘리는 전략이 아니라, 스냅이 문화의 흐름과 정보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스냅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초기와는 크게 달라졌다. 광고 기반 수익 구조를 보다 정교화하면서도,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AR 광고, 브랜드 협업 필터,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콘텐츠 영역 등은 광고주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사용자에게는 더 자연스러운 소비 경험을 제공했다. 이처럼 기술, 비즈니스, 사용자 경험이 긴밀하게 통합된 구조는 스냅을 단순한 SNS가 아닌, ‘기술 기반 미디어 기업’으로 진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에번 스피겔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특히 프라이버시와 사용자 권리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데이터의 최소한 수집, 사용자의 기록 남기지 않기, 사생활 보호 기능 강화 등은 기술 중심의 기업들이 흔히 간과하는 영역이지만, 스냅은 이 부분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삼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소셜미디어가 가져야 할 윤리적 기준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신뢰를 우선시하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스냅은 수차례 경쟁사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스피겔은 그때마다 독립성과 비전을 지키는 길을 택했다. 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흔치 않은 결정이었고, 동시에 스냅이 기술과 사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소셜미디어의 미래는 점점 더 몰입형 인터페이스와 경험 중심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텍스트와 사진을 넘어, 비디오, AR, AI 기반 아바타, 실시간 상호작용이 중심이 되는 세계에서, 스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사용자 중심’, ‘자기표현’, ‘기술의 인간화’라는 가치가 있었고, 에번 스피겔은 이 가치를 현실 가능한 기술 구조로 전환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결국 스냅은 SNS 플랫폼을 넘어, 소셜 기술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감정, 정체성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실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에번 스피겔은 기술적 창의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리더로서, 이 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스냅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이는 곧 소셜미디어라는 개념 자체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
에번 스피겔은 그저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기술 창업자가 아니다. 그는 세대의 감수성, 기술의 본질,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문화적 해석자이자 기술 설계자다. 그가 만든 스냅챗은 단순한 소셜미디어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소통의 문법을 제시한 플랫폼이었고,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기능의 우위를 넘어 감정, 정체성, 프라이버시 등 인간적인 요소를 기술에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스냅챗의 등장은 기존 소셜미디어의 ‘기록 중심’, ‘공개성 우위’, ‘정제된 자아 표현’이라는 흐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사라지는 메시지, 실시간 공유, 필터를 통한 감정의 시각화 등은 새로운 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반영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무엇에 피로감을 느끼고, 무엇에 정서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술적 대답이었다. 이는 스피겔이 Z세대를 단순히 분석의 대상이 아닌, 공감과 이해의 주체로 대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또한 그는 플랫폼을 설계할 때 기술적 우월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느끼는지를 중심에 두었다. 이는 AR이나 AI 같은 첨단 기술을 실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기술을 자랑하거나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정서적 연결과 표현의 자유를 제공하는지를 고려하는 자세는 실리콘밸리에서조차 드문 접근 방식이다. 이와 같은 기술과 감성의 결합은, 결과적으로 스냅을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세대적 상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스피겔이 ‘규모’나 ‘확장’보다는 정체성과 가치의 일관성을 지켜왔다는 점이다. 수많은 유혹과 경쟁 속에서도 스냅은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하며, 기존의 SNS 문법을 모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왔다. 이는 스타트업이 단순히 ‘성장’만을 목표로 할 때 놓치기 쉬운 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철학과 충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다. Z세대가 스냅에 반응하는 이유는 기술적 신선함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태도와 감성이 자신들과 연결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소셜미디어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은 사용자보다 앞서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 속에서도 기술이 향하는 방향이 인간의 정서와 삶에 닿아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에번 스피겔은 그 원칙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설계해 왔고,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넘어서 정체성을 표현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더 빠르고 더 화려한 플랫폼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나와 내 감정, 관계를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할 것인가. 스냅챗은 그 선택지 중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리고 에번 스피겔이 걸어온 길은, 기술과 세대, 감성과 플랫폼이 어떻게 함께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으며, 스냅은 그 고민을 담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가 만들어갈 다음 장면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서비스의 변화가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또 다른 제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