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스마트폰, 검색엔진, 자동차, 심지어는 집안의 로봇 청소기까지도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죠. 그런데 이 AI가 지구를 넘어서 이제 우주 탐사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주 탐사는 그 자체로 극한의 도전입니다. 멀고 낯선 공간에서, 인간이 직접 모든 걸 제어하기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의 여러 곳에서 조용히, 그러나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공지능이 실제 우주 탐사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그 역할과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미래의 우주 개발에서 AI가 차지할 자리는 어디쯤일지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왜 인공지능이 우주에서 필요할까?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곳입니다. 지구처럼 실시간으로 명령을 주고받는 것도 어렵고,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나 상황도 훨씬 많습니다. 특히 화성, 목성, 외계 위성처럼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탐사할 경우, 신호가 오가는 데만 수 분에서 수십 분까지 걸립니다.
예를 들어, 화성까지의 통신 지연 시간은 평균 20분입니다. 화성에 있는 로버가 “앞에 큰 바위가 있는데, 피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지구에서 “피해라”고 응답하는 데까지 40분이 걸리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자율성이 필수적이죠. 바로 이 부분을 AI가 담당합니다.
NASA가 2021년에 화성에 착륙시킨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AutoNav라는 자율 항법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퍼서비어런스는 과거 로버들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복잡한 지형을 만나면 스스로 회피 경로를 계산하고, 지형의 특성에 따라 속도나 방향을 조절합니다.
이전에는 로버가 몇 미터 이동하고 나면, 지구에서 명령을 받고 또 몇 시간씩 기다리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해 행동하니, 탐사의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생각하는’ AI
AI의 역할은 단지 로봇을 조종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AI는 이제 데이터 분석, 과학적 판단, 위기 대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돕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 탐사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집니다. 탐사선이 촬영한 사진, 각종 센서 데이터, 암석 성분 분석 결과 등은 수십,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죠. 문제는 이 모든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전송량 제한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NASA는 로버에 AEGIS(Autonomous Exploration for Gathering Increased Science)라는 AI 알고리즘을 탑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로버가 찍은 사진 중에서 ‘과학적으로 중요한 것’을 자동으로 골라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만 지구로 보내죠. 다시 말해, AI가 "이건 그냥 평범한 바위야, 근데 이건 뭔가 독특해 보이네"라고 판단하는 셈입니다.
이런 기능은 탐사의 질을 크게 높여줍니다. 과거에는 모든 걸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했다면, 이제는 AI가 먼저 필터링해서 효율을 높여주는 거죠.
또한 AI는 우주 정거장 내부의 업무 지원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독일 DLR과 유럽우주국이 개발한 'CIMON(사이먼)'은 ISS에 실제로 탑승했던 AI 보조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실시간 조언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승무원들과 대화하며 실험을 돕거나, 매뉴얼을 불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AI’로 우주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AI와 함께하는 미래 우주 – 더 멀리, 더 깊이, 더 똑똑하게
지금까지 AI는 보조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앞으로는 우주 탐사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특히 달이나 화성에 장기 기지를 건설하고, 그 안에서 수십 명 이상의 인원이 거주하게 된다면, AI의 존재는 필수가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쉬어야 하고, 한정된 자원 안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AI가 기지 운영 전반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AI는 태양광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에너지 분배를 조절하고, 산소 농도나 습도, 온도 같은 생명 유지 수치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또 식물 재배 구역의 성장 상태를 감지해서 물과 영양분을 조절하고, 음식 소비량에 따라 보급 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죠.
그리고 만약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화재나 기압 손실, 우주선 충돌 등이 발생했을 때, AI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신뢰도 높은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더 나아가, 미래의 AI는 우주 건설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현재 3D 프린팅 기술과 로봇이 결합된 '건설 로봇'이 실험 중인데, 여기에 AI가 탑재되면 화성의 토양을 이용해 스스로 건물을 짓고 기지를 확장하는 시스템도 가능해집니다.
즉, 인공지능은 단순한 탐사 도우미를 넘어서, 우주에서 ‘생산’과 ‘관리’를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는 결국 ‘협력자’입니다
우주 탐사는 인류 전체의 도전이자,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는 모험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이 길을 걸어갈 수 없습니다. 사람의 눈과 손, 그리고 판단력만으로는 부족하죠.
AI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술입니다. 무한한 계산력, 빠른 반응, 지치지 않는 집중력. 하지만 중요한 건, AI가 어디까지나 ‘도구’가 아니라,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계획하고, AI가 실행하고, 다시 인간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순환. 이것이 앞으로의 우주 탐사에서 이상적인 협업 모델일 것입니다.
우주와 AI,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지금 이 순간에도 AI는 지구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의 로버를 움직이고, 우주 정거장에서 실험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달 기지에서 산소를 조절하고, 화성에서 자동으로 건물을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주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는 AI.
그 존재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인간과의 협업도 자연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우주 개발은 더 이상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걷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우주를 개척하게 될 것입니다.